과거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최진실씨가 죽음을 선택했다. 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죽음의 본질을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최진실법이라는 정체 불명의 법을 제정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 법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공개되지 않은 유서를 미리 보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튼, 이렇게 별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놓고 법까지 만드는 상황에서, 나라고 그의 죽음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그래서 한번 그의 죽음의 본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최진실씨의 모습은 몇 가지가 있다. 한 때 매우 성공한 연예인, 저축왕, 어려웠던 시절을 거쳐온 돈독한 남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불행하게 끝난 결혼, 그리고 이혼 후의 칩거와 자녀 양육권 소송, 최근의 악플로 인한 마음 고생,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마음 고생과 자살.
우리가 남의 죽음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사실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그의 죽음의 원인을 평가하고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세력이 있기에 그의 인생과 죽음에서 교훈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겠다.
우선 그의 성공 이후 불행한 삶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불행하게 끝나버린 결혼 생활이다. 과거 이혼 과정에서 공개된 내용을 보면 그의 전 남편과 트러블이 있었고 이로 인한 폭력까지도 있었던 것으로 공개됐다. 최진실씨는 별거 후 이혼 과정에서 이루어진 폭행으로 말미암아 멍든 얼굴까지 세간에 드러내야 했다. 그리고 이혼 후 1년도 되지 않아 전남편 조씨는 이혼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대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두 아이의 양육권 문제로 소송을 했다.
그의 본질적 인격이 어쨌건, 또는 그와 그의 전남편간의 어떤 문제가 있었건 그런건 우리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볼 때 그는 신체적 약자인 여성으로서, 만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자존심이 망가지는 상황을 경험하면서도 참아내야 했다. 더욱의 그의 전남편이 이혼 후 1년도 되지 않아 재혼한 상대가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도를 더한다.
또한, 그가 최근 여러 가지 마음 고생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일각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형태로든 적절한 치료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악플에 시달리고, 또 악플러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많이 시달렸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그에 대한 연민을 금할 수가 없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거론하는 이유는,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본질이 무엇인가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물론 정치권에서 이용하고 있는 악플러가 그의 죽음의 트리거가 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이런 악플러가 응분의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른바 악플러의 경우, 자신이 말을 지어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옮긴 것일 뿐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자신이 지어낸 것이건 아니면 옮긴 것이건, 그냥 친구간에 사적인 자리에서 쑥덕거리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런 소리를 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처벌도 받아 마땅하며 민사상 손해 배상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것이 트리거, 즉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가정 내에 존재하는 폭력, 남성에게 관대한 왜곡된 성적 문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장치의 부재 등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런 것들이 최진실씨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걸쳐 만연한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도, 가정 내에서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심지어 그가 기혼자이고 대한민국에 간통을 처벌하도록 하는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유흥업소에서 종사자들과 2차를 간다. 그리고 그 2차는 흔히 알다시피 성행위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런 짓을 하게 되면 천하의 몹쓸 년이 되고 호스티스나 하는 짓으로 치부되게 마련이다. 유부녀가 이런 행위를 했다면 주홍글씨가 새겨지기 마련이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이나 질환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한 반에서 20명 중 2~4명의 어린이가 ADHD를 앓고 있다고 통계가 나와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관심, 그리고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 만약 학교에서 이런 어린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학교는 소송을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가 ADHD로 인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면 이후 보험 가입에서부터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다. 국가적 관심이나 제도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작년 조승희의 총기 난사 사고가 났을 때의 미국의 대응을 생각해 보자. 일부에서는 한인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분위기는 그가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미국의 교육 체계, 그리고 그런 사람이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던 허술한 관리 시스템 등을 비판했다. 그가 이민자의 자녀로서 겪게 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교육 체계의 개선 등에 대해 많은 곳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조금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해도 그저 "미친 놈", "미친 년" 취급을 받을 뿐, 이에 대해 "국가적"은 커녕 "사회적"으로도 어떤 관심이나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 안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우울증이 생긴 사람들은 더욱 더 상황이 악화되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걸어가게 마련이다.
추가적으로 악플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악플러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가? 인터넷에서 활동해 본 사람이라면 대체로 느끼는 것이지만 악플러라고 해도 전혀 다르게 생긴 악당도 아니고, 어쩌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로 그 악플러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악플을 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사회 전체적인 도덕 불감증과 이기주의가 원인이다.
사회의 도덕 불감증은 그 사회가 도덕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처벌받지 않을 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며칠만에 사면될 때, 더 가진 사람임에도 세금을 더 내지 않을 때, 그리고 공공연하게 뇌물을 주고받고도 뻔뻔하게 고개 들고 다닐 때, 우리는 도덕 불감증에 빠지게 된다.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이, 나보다 잘났다고 하는 정치인이 온갖 죄를 짓고도 당당한 모습을 볼 때, 자기가 한 말을 가지고도 주어가 없으니 오해라고 둘러대는 모습을 볼 때,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도 법과 도덕을 지켜야 할 이유를 잃게 된다.
결국 악플러의 양산의 원인은 사회 전체의 도덕성의 부재에서 비롯되듯이, 악플러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되도 않는 최진실 법이 아니라 바로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즉,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 강력하게 처벌받고, 재산을 훨씬 많이 가진 사람에게 누진세율이 제대로 적용되고, 자기가 한 말을 주어가 없다며 둘러대지 않고 책임지는 사회, 재벌이 아니라 재벌 할아버지라고 해도 똘만이들을 모아 놓고 남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렀으면 조폭과 동일하게 몇년을 감방에서 똑같은 대접 받으며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악플러가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최진실씨의 죽음의 본질은 결국 위에 열거한 것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최진실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가정내 폭력의 비참함에서 피해갈 수 없으며, 오히려 부자 남편들이, 그리고 고위 정치인인 남편들이 당당하게 외도를 한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둔 여성들은 자신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혹은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용인하고, 심지어 옹호하기까지 한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정부는 일말의 관심조차 두지 않으며, 그것은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국민 모두가 위에서 아래까지 도덕이라는 것은 하수구에 처박아 버렸으니 악플러가 안 생길 리가 없다.
결론적으로, 최진실씨의 죽음은 외면에 노출된 것만 보아도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바로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현주소다. 그리고 이 문제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최진실 법을 주장하며 고인을 팔아먹고 있는 정치인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는 점들이거나, 심지어 그들 자신이 바로 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이여, 제발 최소한의 염치와 자각이 있다면 고인을 내버려 두기 바란다. 그리고 그놈의 룸싸롱이나 뇌물 수수, 거짓말, 둘러대기부터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이런 일의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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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고 최진실씨 죽음의 본질
Tracked from DownShift.... [2008/10/07 17:51] 삭제http://www.bloggershome.net/barry/entry/jschoi생각하고 있던 점을 배리님이 정리를 해놓으셨더군요 .링크 겁니다. 꼭 읽어보세요 .ps. 저렇게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 알고 싶어요 T_T 논리적으로 정리하기도 힘들고, 글재주도 없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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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더욱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간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글로 옮겨주셨네요.
블로그뉴스 베스트에 올라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